중앙은행과 큰손들이 금으로 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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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에 드리운 불안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과 초고액 자산가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가 직전 분기보다 크게 증가했다. 반면 미국 국채를 둘러싼 투자심리는 예전과 비교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에도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 크게 확대

세계금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 규모는 약 288.9t으로 집계됐다. 1분기의 56.5t과 비교하면 약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들의 금 순매수량은 243.7t에서 327.1t으로 증가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금융시장 속에서 금을 자산 배분의 한 축으로 활용하려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금은 특정 국가의 지급 능력이나 정부 부채에 직접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실물자산이라는 점에서 시장 불안이 커질 때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도 금 관련 투자에 다시 나섰다

금에 대한 관심은 중앙은행의 실제 투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해외시장에 상장된 금 ETF에 약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금 관련 자산을 매입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금 ETF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상당했다.

올해 8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금 ETF에는 약 18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금 가격 역시 이러한 투자 수요를 반영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런던금시장협회 기준 금 현물 가격은 8월 말 트로이온스당 4409.9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7월 말 가격 4073.9달러와 비교하면 약 8.23% 상승한 수치다.

금 비중이 미국 국채를 넘어선 이유

주목할 부분은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자산 구성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로 집계됐다. 미국 국채의 비중은 약 22%로, 금이 미국 국채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금값이 올랐기 때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각국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외환보유자산을 특정 국가의 통화와 채권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국제정세나 금융시장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은 이런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자산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

반면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향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1년 동안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가 약 2조8000억달러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부채 부담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국채의 위험을 다시 평가하게 된다.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 국채 가격에는 하락 압력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즉 미국 국채가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재정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금융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식과 채권의 분산 효과도 약해졌나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을 함께 보유하면서 위험을 분산했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 채권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가 항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과 채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주식과 채권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아졌으며, 전통적으로 채권이 담당했던 위험 분산 기능에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한 바 있다.

금의 강세가 의미하는 것은

금값 상승을 단순한 투자 열풍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중앙은행과 대형 투자자들이 금을 늘리는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국가 부채 증가,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위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장기간 금 보유량을 확대한다면 이는 외환보유자산을 한 가지 형태에 집중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국채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무조건적인 안전자산’이라는 공식만으로 자산을 배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미국의 재정 상황, 국채금리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시장의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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