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새롭게 운영을 시작한 애프터마켓에서 첫날부터 개별 종목의 가격 움직임이 크게 출렁였다. 정규장보다 거래 참여와 유동성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중소형주 거래가 확대되면서 일부 종목에서는 적은 거래량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 KRX 애프터마켓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의 변동성완화장치(VI)가 모두 1천637차례 작동했다.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정규장에서 발생한 VI 400회와 비교하면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VI는 특정 종목의 가격이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움직일 경우 거래를 잠시 단일가 방식으로 전환해 과도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는 제도다. 동적 VI는 직전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폭 이상 가격이 움직일 때, 정적 VI는 기준가격에서 10% 이상 변동할 때 각각 작동한다.
소형주 중심으로 VI 집중
특히 VI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종목 가운데는 시가총액이 수백억원 수준인 중소형주가 적지 않았다.
에스지헬스케어에서는 19차례 VI가 발생해 가장 높은 횟수를 기록했다. 대호특수강은 18회, 이노에이엑스와 한창제지는 각각 15회로 뒤를 이었다. NE능률과 모비데이즈, 테크엘에서도 각각 14회의 VI가 나타났다.
한국특강 역시 18차례 VI가 발생했으며 아이엠티도 14회를 기록했다.
에스지헬스케어는 정규장에서 1천787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애프터마켓이 시작된 이후 상승폭을 키웠다. 이날 오후 4시20분께는 2천80원까지 올라 정규장 종가 대비 16.85% 상승하기도 했다.
넥스트레이드(NXT) 애프터마켓에서도 이뮨온시아와 대신증권 등 일부 종목에서 정적 VI가 작동했다.
거래 종목은 늘었지만 유동성은 과제
이번 KRX 애프터마켓 출범으로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의 폭은 크게 넓어졌다.
기존 NXT 애프터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606개였지만 KRX 애프터마켓에서는 2천459개 종목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거래 대상이 대폭 늘어난 것에 비해 실제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과 주문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에서는 매수·매도 호가가 촘촘하게 형성되지 못하면서 소량의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 포니링크는 정규장을 2천400원에 마쳤지만 애프터마켓에서 별도의 공시나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격이 3천150원까지 상승했다. 정규장 종가보다 29.9% 높은 가격이다.
당시 애프터마켓에서 거래된 포니링크 주식은 1천417주에 불과했다.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을 합친 하루 전체 거래량 1만5천641주의 약 10% 수준이다.
적은 거래량만으로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프터마켓의 유동성 문제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려도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도 첫날 애프터마켓의 가격 움직임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경우 호가 공백이 커지면서 차트 변동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애프터마켓의 변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RX와 NXT의 거래 시스템이 별도로 운영되는 데 따른 불편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두 시장의 애프터마켓 운영 시간이 서로 다르고 각각 별도의 거래 화면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문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NXT 애프터마켓은 정규장 종료 직후인 오후 3시40분부터 거래가 시작되지만 KRX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운영된다.
거래소 “시장 상황 지속적으로 살필 것”
한국거래소는 애프터마켓 첫날 일부 종목에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격이 형성됐다는 입장이다.
정적 VI와 동적 VI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를 중복 집계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규장에서 391회, 애프터마켓에서 1천112회의 VI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소는 애프터마켓이 정규장보다 거래 유동성이 낮아 일반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초기 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고려해 정규장과 같은 VI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실제 거래 상황과 투자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시장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장 첫날 증권사 전산 문제도 발생
한편 애프터마켓 출범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의 전산 시스템에서도 문제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HTS와 MTS에서 NXT 프리마켓 거래내역 조회가 늦어지는 문제가 나타났고, 삼성증권에서는 주문 취소 및 정정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예수금 표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다.
문제의 원인은 KRX와 NXT 가운데 어느 시장으로 주문을 보낼지 판단하는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과 관련된 오류로 파악됐다.
현재 관련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복구된 상태다.
KRX 애프터마켓은 거래 가능한 종목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선택권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첫날부터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난 만큼, 향후 거래량과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지와 함께 변동성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5% 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의 금리가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기업들의 단기 자금조달 비용이다. 올해 들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만기가 짧은 자금부터 차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상승에 국내 채권시장도 동반 상승
14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를 넘어섰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약 3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이 꼽힌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을 다시 긴축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금리 인상 움직임이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4%에서 2.65%로 올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 국내 채권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4.6%로 전 거래일보다 6.4bp 올랐고, 5년물은 4.345%로 6.6bp 상승했다. 3년물 역시 4.091%를 기록하며 6.6bp 높아졌다.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4.618%, 4.729%로 상승했다.
5%를 넘어선 미국 국채금리, 왜 중요한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각종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학자금대출 등 가계의 대출금리뿐 아니라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적용받는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아질수록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 5%를 상징적인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5%를 웃도는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금리 상승에는 물가 우려 외에도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증가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자금에 의존한 기업들, 차환 비용 부담 가능성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구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장기 회사채보다 CP와 단기사채를 활용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왔다.
CP와 단기사채는 만기가 짧다는 특징이 있다. 필요한 자금을 비교적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만기 도래 때마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다시 조달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만기가 1년 이상인 회사채는 발행 당시 정해진 금리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금리가 단기간에 상승하더라도 기존 채무의 이자비용이 즉각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단기금융상품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금리 상승기에 차환 부담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CP·단기사채 잔액 70조원 육박
금융당국 자료를 보면 기업들의 이러한 단기자금 의존도가 실제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CP와 단기사채 발행 규모는 1272조8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한 수준이며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순발행액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약 8조원이었던 CP와 단기사채 순발행 규모는 올해 16조6000억원까지 확대됐다.
8월 말 기준 잔액은 69조7000억원으로 70조원에 가까워졌다.
기업들이 단기자금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상황에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높은 금리로 다시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회사채 시장도 녹록지 않아
장기자금 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 역시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23조59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했다.
더욱이 발행된 회사채의 상당 부분은 신규 사업이나 설비투자에 활용하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한 차환 목적으로 사용됐다. 전체 발행액 가운데 약 73%가 기존 회사채 상환 용도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보다 기존에 빌린 돈을 다시 조달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 상승 장기화되면 기업별 부담 차이 커질 듯
향후 핵심 변수는 금리 상승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금리가 단기간 상승했다가 다시 안정된다면 기업들의 부담도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CP와 단기사채 비중이 높은 기업은 만기 때마다 자금을 재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결국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단순히 미국 금융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재무전략에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앞으로 국제유가와 물가 흐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이 국내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