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5% 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의 금리가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기업들의 단기 자금조달 비용이다. 올해 들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만기가 짧은 자금부터 차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상승에 국내 채권시장도 동반 상승
14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를 넘어섰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약 3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이 꼽힌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을 다시 긴축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금리 인상 움직임이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4%에서 2.65%로 올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 국내 채권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4.6%로 전 거래일보다 6.4bp 올랐고, 5년물은 4.345%로 6.6bp 상승했다. 3년물 역시 4.091%를 기록하며 6.6bp 높아졌다.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4.618%, 4.729%로 상승했다.
5%를 넘어선 미국 국채금리, 왜 중요한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각종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학자금대출 등 가계의 대출금리뿐 아니라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적용받는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아질수록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 5%를 상징적인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5%를 웃도는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금리 상승에는 물가 우려 외에도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증가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자금에 의존한 기업들, 차환 비용 부담 가능성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구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장기 회사채보다 CP와 단기사채를 활용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왔다.
CP와 단기사채는 만기가 짧다는 특징이 있다. 필요한 자금을 비교적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만기 도래 때마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다시 조달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만기가 1년 이상인 회사채는 발행 당시 정해진 금리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금리가 단기간에 상승하더라도 기존 채무의 이자비용이 즉각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단기금융상품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금리 상승기에 차환 부담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CP·단기사채 잔액 70조원 육박
금융당국 자료를 보면 기업들의 이러한 단기자금 의존도가 실제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CP와 단기사채 발행 규모는 1272조8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한 수준이며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순발행액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약 8조원이었던 CP와 단기사채 순발행 규모는 올해 16조6000억원까지 확대됐다.
8월 말 기준 잔액은 69조7000억원으로 70조원에 가까워졌다.
기업들이 단기자금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상황에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높은 금리로 다시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회사채 시장도 녹록지 않아
장기자금 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 역시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23조59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했다.
더욱이 발행된 회사채의 상당 부분은 신규 사업이나 설비투자에 활용하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한 차환 목적으로 사용됐다. 전체 발행액 가운데 약 73%가 기존 회사채 상환 용도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보다 기존에 빌린 돈을 다시 조달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 상승 장기화되면 기업별 부담 차이 커질 듯
향후 핵심 변수는 금리 상승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금리가 단기간 상승했다가 다시 안정된다면 기업들의 부담도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CP와 단기사채 비중이 높은 기업은 만기 때마다 자금을 재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결국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단순히 미국 금융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재무전략에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앞으로 국제유가와 물가 흐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이 국내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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